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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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널 고르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융화되지 못했다. 아마,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달랐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하지만 우린 헤어지지 않았다. 서로를 미워했지만, 서로를 떠나보내지는 못했다. 아마, 용기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라지면 너도 사라지고, 네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기에.

   서로 완벽한 한 쌍인 것처럼 우리는 연기한다. 너는 날 위해 태어났고, 나는 널 위해 빚어진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널 만나 슬퍼하듯, 너도 날 만나 슬퍼한다는 것을.

   네가 부끄러워서,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춥다는 핑계로 조금이나마 너와 거리를 둘 수 있기에. 그러나 그토록 싫어하는 여름이 돌아와도, 나는 어찌 되었든 너에게 이별을 고하진 못한다.

   너와 만난 건 행운이었다. 동시에, 녹슨 침대에 나를 묶은 수갑과도 같았다. 침대를 부수면 숨이 턱 막히는 밀실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만, 나에게는 방을 나갈 자신이 없다. 그리고 너는 평생 그래 왔던 것과 같이, 큰소리로 나를 비웃는다.

   내가 널 고르지 않았듯, 너도 날 고르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도, 너를 아껴주는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었을 테니. 그러나 우리는, 용기가 없는 나와 혀가 뽑힌 너는,

   언제까지고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며 살아갈 운명이라고, 우리를 만나게 해 준 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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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Aug 17,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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