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Mi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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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베인.

  신이 '유능'과 '완벽'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는 녹서스 국립의 마법학교 출신이었다.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입학 조건이 충족되는 타 학교와는 다르게 이 국립 학교는 군사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즉 국가의 부름을 받을 수재를 선발하는 곳이었다. 마법 사용 뿐만 아니라 행동거지와 사생활까지 엄격히 관리받는 이 곳은 타 학교 학생들에게는 '국가의 개'라는 질투를 받았지만 그 학교 출신들이 곧 녹서스의 국력 양성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프라이드가 강한 몇 재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을 '머저리' 등으로 비하하는 것을 서슴치 않을 정도로 그들 역시 타인과의 선을 분명히 긋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이베인은 조금 달랐다. 대부분 모두에게 상냥했고, 악의를 잘 보이지 않는 온화한 성격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수재들만 모인 그 마법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인정받아 동급생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자랑했다. 그녀가 모든 클래스를 마치자마자 녹서스의 높은 직급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란 이야기는, 신뢰할 만한 소문으로 학교 내에 빈번히 돌고 있었다.

  "이 공식에 대해서... ...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늙은 교수가 칠판 가득 공식을 적고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학생들 대부분이 교수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몇몇은 이미 의식의 흐름에 갇혀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고 있었다. 아무리 선택받은 수재들이라고 해도 초여름의 포근함, 막 점심을 먹은 후의 안락함 앞에서 생리적 현상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 때 누군가 반듯하게 손을 들었다.

  "오, 그래. 이베인. 설명해보겠나."
  "'물리적 교환 법칙'입니다. 동일 질량에 한해 변형이 가능하다는 이론으로, '칼 셰데퍼'에 의해 완성되었으며 실질적으로 증명해보인 것은 그로부터 50년 뒤 녹서스의 위대한 마법사 '쟝 에토이스'의 학술제에서였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특정 대상에 마력을 가할 경우 변형이 가능하되 정확도와 지속시간은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상이합니다."
  "정확하네. 다들 잘 들었겠지만 이 공식은 마법물리학의 기초적 이론이다. 다음 주에 암기 테스트가 있을 예정이니 미리 공부를 해두는 게 좋을 게야."

  학생들의 원성이 터졌지만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후 복잡한 공식 몇 가지가 더 칠판에 이름을 올렸고 학생들은 점점 더 넋을 잃어갔지만 그 사이에서도 이베인은 홀로 반듯했다. 수업이 얼추 마무리될 쯤에서야 가볍게 기지개를 켰을 뿐, 긴 시간 내내 그녀는 칠판과 교과서 외의 다른 것에 시선을 뺏긴 적이 없었다.

  반듯한 학생이었지. 교우관계도 좋았고.
  이베인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교수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전 과정에서 1등의 성적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유일무이한 수재. 그러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아 모두가 좋아했던 학우.
  다만 그런 성품이 나랏일 하기 좋은가는 글쎄. 유능한 건 참 유능했다만.
  그런 이베인이, 마지막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둔 어느날.
  문득, 사라졌다.

  지긋지긋한 수업의 달콤한 요깃거리로, 이베인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안성맞춤이었다. 모두들 모이면 그 얘기를 꼭 했다. 둘이 모여서, 셋이 모여서, 학급 전체가, 그리고 학교가 잔뜩 시끄러웠다. 학교가 편의를 봐줘서 조기졸업을 했다더라. 다른 나라에서 파격조건으로 캐스팅을 했다더라. 녹서스 군부대의 행렬에서 그녀를 봤다는 사람이 있다더라. 여름 곤충들의 한철 울부짖음이 당연하게 느껴질 쯤 여름방학이 됐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였던 둘은, 셋은, 학급은, 학교는 잠잠한 휴식기로 접어들었다. 이베인도 그들의 잠긴 눈꺼풀 아래로 꺾여드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아침, 기분은 어떠니."
  찻향이 방 안을 파고들었다.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 틈에 섞여들었다. 창가에 서서 밖을 보던 여자가 뒤로 돌았다. 차판을 들고 들어온 여자가 잠시 멈췄다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완성했구나.

  놀랍게도 두 여자의 모습은, 한 치의 틀림없이 똑같았다.

<4. Missing> fin.
league of legends fan fiction
Title. 우리가 계절이라면
Written by own 2017-01-31 ~

우리가 계절이라면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