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Urban b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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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이 찬란했다. 사람을 쓸데없이 우수에 젖게 만드는 밤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이베인의 반 친구들 중 소위 공부란 그저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애들은 와인 파티를 하겠다며 법석을 떤 적이 있었다. 어쩐지 깐깐한 교수 한 명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지만. 누군가 연회를 밀고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돌았지만 딱히 그럴 사람이 없어 의심은 그대로 무산됐다. 그들은 또 다음 보름달이 뜬 밤에 다시 파티를 열었을까? 학교를 떠난 이베인에겐 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아아, 달은 정말 간사해. 잡생각을 또 들춰내는구나.

  "여기다." 두 여자는 밤공기를 달려 한 저택의 지붕에 서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하늘이 가까웠다. 발 아래가 까마득한 대저택. 이 도시의 10%쯤의 지분을 가진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도시의 1%도 되지 않는 인구라는 사실이 새삼 경이로웠다. 물론 어색한 경우는 아니었다. 학교 안에는 그런 사실에 대해 으스대는 녀석들이 차고 넘쳤으니까. 잠든 도시를 가르는 의미없는 방범등들. 정작 살의를 든 자는 머리 꼭대기 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부턴 집중하렴. 너는... ..."
  "... ..."
  "아니, 아니다. 너는 여기에 있겠니?"
  검은 망또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말했다. 이베인은 도시의 끝에서 중심을 가로질러 자신의 '어머니'의 눈 앞까지 시선을 돌렸다. "너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사람을."
  "... ..."
  "죽이러 가시나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숨을 죽였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베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는 방범등의 행선지를 좇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저는, '그림자' 역할인 거죠?"
  "이베인."
  "괜찮아요. '어머니'를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국가공립 마법학교 전체의 역사를 통틀어 꼽을 만한 수재였던 여자의 미소는 역시 잔잔하고, 기품이 넘쳤다. 그러나 그 만면에 흐르는 평온의 산통을 깨는 붉은 립스틱. 그녀는 '어머니'를 따라 처음 발라본 그 색조 화장의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오늘 밤 사람을 죽이는 건 저예요."

  이베인이 쓰고 있던 망또를 걷어 바람을 맞았다. 그래,기억 났다. 그 와인 파티에 대한 기억이. <교수님, 제가 사실을 말씀드려도 모르겠지만... ...> 드디어 찾았다. 이 많은 방범등이 모이는 한 자리.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길 지도 모르니까요.> 빛이 뭉치는 그 순간, 교집합을 제외한 도시는 음지가 된다. 한심한 토파즈 귀걸이. 그러나 그들의 연희는 나의 외곽에 있을 수 없었다. 그 고급스러움을 전혀 모르면서 떠들어대던 조악한 입술들. 그 의미에 뭐라도 있는 줄 알고 자랑하던 천박한 이름들. 타인에 의해서도 쉽게 꺾이는, 혼자서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어린아이같은 존재들. 이베인.. ... 아니, 르블랑의 보라색 머리카락이 찬 바람에 나부꼈다. 마치 이미 승부를 알고 있는 전진 기사의 선전포고처럼.

<6. Urban blight> fin.
league of legends fan fiction
Title. 우리가 계절이라면
Written by own 2017-0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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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Última actualización: May 09,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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