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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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판을 들고 들어온 여자는,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두고 창가로 쭉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여자를 소중하게 껴안았다. 두 사람의 표정은 타인이 감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고, 벅차보였다. 같은, 그러나 두 여자는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서로를 품에 안고 있었다.

  "네가 성공할 줄 알고 믿었어."
  "당연한 일인 걸요."
  "미안하다. 이런 일을 맡게 만들어서."
  "차가 다 식겠어요."
  "내 정신 좀 봐. 어서 마셔 봐."

  두 여자의 이질적인 풍경은 계속 됐다. 그럼에도 둘 중 누구도 그에 불편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똑 닮은 그 모습에 기쁨만 더 흘러넘쳤다. 그날 아침 차를 준비하며 들었던 식솔의 실없는 농담 이야기를 하돈 그녀가 갑자기 기침을 해댔다. 놀란 여자가 변신을 풀고 그녀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젊은 여자답지 않게 병약한 기침을 내뱉던 그녀를 붙들고 걱정하던 여자는 바로, 사라진 이베인이었다.

* * *

검은 장미단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녹서스군의 우렁찬 전의는 아이의 눈물도 멈추게 한다지, 아마. 그러나 검은 장미단은 밤새 우는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어. 그들의 표적은 늘 다양하지만 목적은 단 하나야. 당신의 우체통 안에 검은 장미의 표식이 붙은 편지가 들었다면 그 밤엔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좋을 거야. 할 수 있다면 그 짧은 시간이나마 당신의 생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지. 그들은 긴 시간을 주지 않아. 그리고 아주 정확하기에, 당신에게 내일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았던 자는 자신과 밀애를 나누던 여성과 잠든 사이 죽어버렸지. 그녀에게 내일 함께 브런치를 먹자는 약속을 한 건 멍청한 짓이었어. 그 전에 표적이 된 여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그 편지의 발신인을 찾아 보복하려다 흥신소의 답장을 뜯어보지도 못한 채 사무실에서 죽었어. 차라리 그 돈을 기부했다면 잔혹한 그들이 조금이나마 가여워했을까? 아직도 검은 장미단의 잔인함이 잘 느껴지지 않니? 눈을 감고 생각해 봐. 단 한 장의 편지로 네 인생의 마침표가 결정되는 그 무력함. 그들은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아. 더불어 그들은 절대 실패하지 않아. 왜냐하면... ... 검은 장미단은 영원할 수밖에 없으니까. 거대한 암초에 부딪혀 난파당한다 하더라도, 국가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아도, 설령 죽음조차도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없어.

검은 장미단은 '그들'이자 '하나'이며, '혼자'지만 그림자는 여럿이다. 존재하면서도 부재하며,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알 수 없지. 삶 그 자체이면서도 죽음에 가까운 그들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냈어.

"이베인."
"네."
"오늘 밤이구나."

검은 망또를 두른 여자가 머리를 쓸어넘기자 커튼 너머로 건조한 바람이 흐드러졌다. 구름이 걷히며 이 도시를 정찰하듯 보름달이 고개를 내밀었다. 다른 여자는 창틀로 발을 딛으며 대답했다.

"네, 어머니."

<5. Mirror> fin.
league of legends fan fiction
Title. 우리가 계절이라면
Written by own 2017-01-31 ~

우리가 계절이라면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