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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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천천히.

나는 표정을 찡그린 채로 길을 걷고 있다.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낸 너에게
어느 순간 생긴 이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나였다.

항상 똑같은 미소였고
항상 똑같은 말투였으며
항상 똑같은 만남이었다.

그런 너인데
언제부터인가
너의 그 미소가 달라보였고
너의 그 말투가 달라보였으며
너와의 만남이 다르게 느껴지는 나였다.

이런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기에는
이미 적지 않은 나이의 나였기에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다만 이렇게 커진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였다.

위이잉.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휴대폰에 연락이 왔다.
너였다.

- 친구야. 오늘 기분 꿀꿀해. 나와. 술 먹게.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 그래.

그래. 성급해 하지 말자.
조금만 천천히.
그렇게 너에게 가야겠다.

너무 빨리 가서 네가 당황스럽지 않게.
너무 천천히 가서 네가 지치지 않게.

그렇게 너에게 갈게.

조금이나마 당신에 위로가 되기를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