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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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라가 보겠습니다. 킬리언을 보내면 작은 정에 흔들릴 수 있어요.”

“하긴, 킬리언은 은근히 마음이 여려. 원수의 딸이라고 해도 측은히 여길 테지.”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클리프의 요청을 승낙했다.

“어차피 영지전은 금방 끝난다. 놈들의 마지막 발악일 테니 절대 방심하지 말거라. 구석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야.”

“알겠습니다. 킬리언에게는 이런 얘기 하지 마십시오.”

“알았다. 황실 쪽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보냈다고 말해두마. 오늘 밤에라도 조용히 떠나거라.”

“예. 나중에 수도에서 뵙겠습니다.”

클리프는 루드윅 공작과 밀담을 끝내고 나와 부대 하나를 이끌고 조용히 수도를 향해 떠났다.

* * *

영지전에 대한 소식은 신문사마다 제각각이라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려웠지만 루드윅 공작가가 유리한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교계의 여론이 황제를 옹호하는 쪽으로만 다 몰린 것은 아니었다.

랭스턴 대공 쪽에도 선동가들이 꽤 많았으니까 말이다.

“오랜만의 파티 참석이 이런 이유이길 바라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공작 부인은 오늘의 파티 장소인 윈덤 백작가로 향하면서 낮게 한숨을 쉬었다.

카트린 황녀가 말한 것처럼 사교계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루드윅 공작가보다는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미는 리겔호프 백작가나 랭스턴 대공가에 사람들은 친근감을 더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중립파를 표방하던 사람들이 흔들리기 시작해서 결국 공작 부인과 나, 그리고 리제는 파티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그 자리에 싱클레어 백작가도 와 있을 거다. 그러니 리제는 내 곁에서 떠나지 말도록 하고.”

“네, 부인.”

리제는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

“에디트는…… 정말, 괜찮겠니?”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공작 부인은 계속 괜찮겠냐고 묻고 있었다.

“양쪽 진영 모두 널 공격할 거다.”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제가 숨으면 숨을수록 사람들은 저를 넘겨짚겠죠. 제가 리겔호프가의 딸이자 루드윅가의 며느리인 이상, 늦든 빠르든 마주해야 할 일이에요.”

나는 어제부터 하던 말을 또 해야 했다.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도 공작 부인이 계속 묻는 건, 본인도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가기 싫다.

내가 미쳤다고 날 물어뜯으려는 인간들 앞에 나서길 즐기겠냐고.

‘하지만 셰인 놈이 나타날 때가 됐단 말이야.’

나 혼자 저택에 있다가 셰인과 맞닥트리기는 싫었다.

그랬다가는 분명 내가 저택 문을 열어줬다고 의심받을 거다.

‘호랑이를 피해 여우굴로 들어가는 기분이랍니다.’

나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정신 무장했다.

평소에도 누가 시비를 걸면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그럴듯한 대꾸가 떠오르기를.

윈덤 백작저에 도착하니 홀이 바글바글했다.

루드윅 공작 부인이 참석한다는 얘기에 다들 기어 나온 모양이었다.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루드윅 공작 부인.”

사회적 불행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재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황제와 황제의 숙부가 권력을 두고 싸우고 제국의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덕분에 루드윅 공작 부인이 행차하는 파티에 뽑힌 윈덤 백작가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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