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

34 6 2
                                    

CAFFI(coffee) 

"넌 부끄럽지도 않니?" 제임스가 미친듯이 팔을 휘져어 보였다.

"사람을 죽이는데 도와주는데도...부끄럽지 않다는 말이야?"

난 한숨을 쉬었다. 그냥 가버리면 좋겠다. 잠이나 자고 싶다. 내 쌍둥이는 나와 달라도 어쩌면 이리도 다를까...?

"내가 협조하지 않는다면...그들은 나를 죽일거야. 그건 너도 잘 알잖아." 나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우리는 열여섯살이 되면 평생 그들을 위해 미션을 나가야해. 그러다 심하게 다치면 죽는거고. 너무 허무하지 않아?"

"제임스!" 나는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손바닥이 얼얼해졌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는 듯했다.

"넌 지금까지 왜 협조했는데?" 내가 다그치듯 따졌다.

"그거야...죽을까봐..." 말을 더듬는걸 본적없는 제임스가 말을 얼버무리니 이상하기 짝이없다.

"난 내 방이 피로 젖어있어도 놀라지 않을만큼 훈련되어 있다고. 하지만 죽는건 훈련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는 죽는걸 무서워하는거야. 그리고 나도 우리에 포함돼. 그리고 난 나중에 죽는게 지금 죽는거보단 낳아. 적어도 나중에 죽어도 명예는 남기잖아?"

똑똑똑. 누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나는 손을 휘져어서 제임스를 내 옷장속에 들어가라고 알렸다. 제임스가 들어가자 옷장문을 조용히 닫아 주었다. 그리고 가서 문을 열었다. 비비안이다.

"어, 비브! 네가 여기 어쩐일이야?"

비비안은 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쉈다. "아니, 난 또 네가 발작을 이르킨 줄 알고..."

"무슨 소리야?"

"아니, 뭐가 부숴지는 소리가 나서..."비비안이 머뭇거렸다.

"아 그거...그냥 혈액순환 될 수 있게...운동 하느라고." 내가 운동이라니, 너무 바보같은 거짓말이다.

비비안이 피식하고 웃었다. "네가 운동을 한다고? 땀도 안흘렸는데?"

"아 운동이라해서 내가 그렇게까지 하겠냐?" 나는 장난기 도는 표정으로 비비안에게 웃어 보였다. 그렇다. 이건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었다. 역시나, 비비안은 그 소리에 대해 더이상 의심을 보이지 않았다.

"너 그나저나 알약은 먹었어?"

난감했다. 제임스가 옷장안에 있는데 알약 애기가 나오다니...

"어." 난 최대한 열심히 여기서 빠져나갈 말거리를 생각해 냈다.

"그나저나 나 지금 너무 졸려. 운동해서 그런가봐. 한 시간 뒤에 나갈테니까 먼저 가서 공부하고있어."

비비안은 고개를 주걱이며 문 손잡이를 잡아 문을 닫았다. 나는 그애가 나가자마자 문을 잠궜다.

제임스는 벌써 옷장에서 나와있다. 팔짱을 끼고 나를 째려본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뭘봐."

"발작?알약? 빨리 설명하는게 좋을거야." 제임스는 손가락을 내 얼굴에 가리키며 협박했다.

"아, 그거 그냥 내가 감기기운 있어서 먹은거야. 발작은 감기기운이랑 관련된거고." 내가 제임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눈만 똑바로 쳐다보면 거짓말은 다 먹힌다.

제임스는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거. 짓. 말." 그는 마침내 말한다.

제기랄, 난 거짓말을 잘한다. 아주 잘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임스 앞에서는 안먹힌다.

"거짓말 아니야. 진짜로. 이제 그만 나가줄래?" 난 가짜 하품을 했다. 난 제임스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그래서 화장실로 가서 문을 잠궜다. 제임스가 나갈때까지 문을 안열거다.

"애슐리. 난 네 쌍둥이야. 우린 의지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어. 비금까지 거짓말 한 적 없으면서 진짜 그럴래?"

난 귀를 틀어막았다. 아무리 똑똑한 블루라도 라임들한테 설득당하기 쉽다. 그리고 화장실 무 반대편에 서있는 이 남자아이는 라임이다. 그것도 라임들의 리더.

"애슐리 제발. 문제가 있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넌 과학 천재잖아. 그거, 그...뭐지 유전자랑 혈 알지? 우린 피를 나눈 쌍둥이라고. 쌍둥이."

제임스가 문 반대편에 등을대고 앉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이런 소리해서 미안한데...너도 그거 궁금해 본적 있어?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생겼었을지."

난 귀에서 손을 내렸다. 목구멍이 막힌것같다. 말을 하면 울게 뻔하다. 

울면 안된다. 

애이프릴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매아리친다. "울는건 아기들이나 하는 짓이야. 넌 사람을 살려야하는 상황인데 네 과거때문에, 앞에 보이는 피 때문에 울고 앉아있을래? 멍청하고 순진한 아기처럼? 블루들은 울면 안돼. 너같은 아기들은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야지만 진정한 블루가 될 수 있어." 이걸 처음 들었을때 난 여덟살 이었을거다. 

애이프릴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나에게 두꺼비를 해부하라고 하셨을때 울어버렸다. 선생님은 빈방에 나를 끌고가서 가느다란 철 회초리로 나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것도 모자라서 따귀를 때리고 이 말을 하셨다. 그리고 맞는게 두려웠던 나는 선생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두꺼비를 해부했다. 실수를 할때마다 매를 맞았다. 몇분마다 죽을듯한 아픔이 계속됬고 그것보다 더 한것은 내가 무엇을 죽이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그때는 블루로써의 생활은 지옥같았다.

나는 아직도 생생한 얼얼함에 종아리에 손을 갖다댔다. 그날밤 방에가서 토를하고 두꺼비를 위해 기도를 했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한번도 눈시울을 붉힌적 없다.

해부해야하는 동물들은 갈수록 커졌고 어느날 보니까 아무거나 해부해도 될만큼 훈련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어쪄다보니 또래 블루들 중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은 나였고 그렇게해서 블루들의 리더가 되었다. 

애이프릴 선생님은 내가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나는 블루들의 1등을 독차지해서 보답했다고 생각했다.

전혀 아니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언트를 죽이는건 두꺼비를 죽이는것과 다르다. 이제서야 알겠다. 그래서 알약을 먹는다. 경쟁날이 끝난뒤에 심각한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서 그렇다. 알약을 먹지 않는다면 발작을 일으키거나 쓰러져서 한참 뒤에 일어난다.

애이프릴 선생님의 명예를 돋보이게 도와주는 사람은 나다. 나는 내가 이용당하는걸 알면서도 순수히 따른다. 정말 왜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애이프릴 선생님은 내가 우울증에 걸리던 뭘하든 상관 없으시다. 죽지만 않고 계속 곁에서 블루들을 빛내면 된다. 

난 이걸 처음부터 알았다. 그 처음이 언젠지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나는 애이프릴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다. 아프고 아픈 사실이다. 이유는 없다.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닌데 나를 마주칠때마다 주는 웃음에 배고프다. 엄마가 있어야할 자리에 아무리 엄격한 사람이라도 애이프릴 선생님께서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기든 중요하지 않아. 애이프릴 선생님 같지만 않으면 돼." 

Beyond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