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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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정 시점)

"쌤님 저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그래 얼른 갔다 와."

드르륵- 쿵.

아까 점심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배가 너무 아프다. 민윤서는 먹성도 참 타고났지.. 자기 혼자 5인분을 치워먹었으니. 나도 고 가시나 따라 3인분씩이나 먹으니까 이렇게 배탈이 나는걸 거야.

배를 움켜쥐고 여기저기 화장실을 찾기에 바빴다. 학교가 참 넓은데 왜 화장실 하나 안보일까? 중학교가 참 그립다..

그때, 먼 듯 가까운 듯 들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울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와..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워. 남잔가? 여잔가? 구분 안될정도로 예쁘고 고은 목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를 찾으러 걸음을 천천히 옮겼고 이내 가까이 들릴 수 있는 거리의 문 앞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내가 요즘 꽂힌 노래를 부르고 있어! 하..자인어트 티님. 놀랍지만 원곡 가수보다 능숙하게 더 편하게 부르는 거 같았다. 쑤셔오는 배를 잊은 채 나는 문 가까이 기대 심취하고 듣고 있었다.

끼익.

"악!!"

순간 문이 열려 놀라서 작은 비명을 질렀다. 뒤로 넘어지는 나는 누군가에게 허리가 감겨 바닥과 맞닿지 않았다.

"....뭐야"

질끈 감은 눈을 슥 떠보니, 내 얼굴 앞에는 하얀 피부와 코가 높고 눈이 큰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너무 가까워 숨만 죽이고 아무런 반항도 없이 안겨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온 거에요?"

나를 부드럽게 풀어 세워준 뒤, 한숨을 푹 쉬며 물어오는 남자였다. 근데 쫓아왔냐고..?

"예? 그게 무슨 말.."

"아니 그래도 볼일 보고 있을 때까지 오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내 짜증 썩인 말투로 나를 내려보았다.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아니...저기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제가 화장실 찾다 헤매다 이런 일이 생긴 건데요..."

"...그러고 보니 우리 아까 만나지 않았어?"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더니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바꿨다. 아니 근데 내 말 좀 들어봐...

"분식집 화장실에서 만났지?"

"아.. 그 분이셨구나! 어쩐지 낯이 익었네..하하;"

아까 점심때 화장실에서 본 그 존잘님이다.. 어떻게 또 이렇게 화장실에서 만나지.. 민망하게.

"여기는 공용 화장실 아닌데.. 오해하셨나 보네요. 조심하세요"

"아..저 그게 아니라..;"

"여자 화장실은 저기 오른쪽에 있어요. 저도 오해한 거 같은데 실례했습니다. 그럼.."

어색한 존댓말을 쓰며 내 옆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정말 사람 말을 안 듣네... 그리고 아까 뭐야! 내가 지 스토커인것 마냥 나를 이상하게 본 눈빛은! 내가 지를 쫓아왔나..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달려왔지.

다시 귀를 문에다 가져댔다. (그런 일이 있고도 난 이리 뻔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안은 조용했다. 노랫소리는 커녕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럼 설마 아까 그 남자애가 노래 부르고 있었던 거야?! 잘생긴데다가 노래까지 잘 부른다고?

"으윽.....배가..."

그렇지..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을 찾고 있었는데 왜 이런 식으로 일이 꼬였냐.. 난 배를 또 다시 움켜잡고 존잘 말대로 오른쪽으로 뛰어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동안 고생을 하였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난 개운한 기분으로 얼른 교실에 뛰어들어갔다. 쌤이 금방 갔다 오라고 했는데..;

문을 여니 선생님의 째림을 받고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았다. 옆에 있는 미연이는 자고 있었고.. 다행이다. 반 전체의 시선은 나에게로 안 왔으니 내가 큰일보고 온 것도 모를 테야.. 안도의 한숨을 쉬다 옆줄에 앉아있는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피식-"

저...저 애는 아까 그 존잘.... 아아악!!!!! 지금 설마 비웃은 게 내가 똥을 싸고 왔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 아니 근데 언제부터 우리 반이었지? 너무 쪽팔려서 고개를 휙 돌리고 칠판을 보는 척 하였다.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