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효정 시점)"쌤님 저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그래 얼른 갔다 와."
드르륵- 쿵.
아까 점심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배가 너무 아프다. 민윤서는 먹성도 참 타고났지.. 자기 혼자 5인분을 치워먹었으니. 나도 고 가시나 따라 3인분씩이나 먹으니까 이렇게 배탈이 나는걸 거야.
배를 움켜쥐고 여기저기 화장실을 찾기에 바빴다. 학교가 참 넓은데 왜 화장실 하나 안보일까? 중학교가 참 그립다..
그때, 먼 듯 가까운 듯 들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울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와..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워. 남잔가? 여잔가? 구분 안될정도로 예쁘고 고은 목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를 찾으러 걸음을 천천히 옮겼고 이내 가까이 들릴 수 있는 거리의 문 앞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내가 요즘 꽂힌 노래를 부르고 있어! 하..자인어트 티님. 놀랍지만 원곡 가수보다 능숙하게 더 편하게 부르는 거 같았다. 쑤셔오는 배를 잊은 채 나는 문 가까이 기대 심취하고 듣고 있었다.
끼익.
"악!!"
순간 문이 열려 놀라서 작은 비명을 질렀다. 뒤로 넘어지는 나는 누군가에게 허리가 감겨 바닥과 맞닿지 않았다.
"....뭐야"
질끈 감은 눈을 슥 떠보니, 내 얼굴 앞에는 하얀 피부와 코가 높고 눈이 큰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너무 가까워 숨만 죽이고 아무런 반항도 없이 안겨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온 거에요?"
나를 부드럽게 풀어 세워준 뒤, 한숨을 푹 쉬며 물어오는 남자였다. 근데 쫓아왔냐고..?
"예? 그게 무슨 말.."
"아니 그래도 볼일 보고 있을 때까지 오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내 짜증 썩인 말투로 나를 내려보았다.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아니...저기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제가 화장실 찾다 헤매다 이런 일이 생긴 건데요..."
"...그러고 보니 우리 아까 만나지 않았어?"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더니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바꿨다. 아니 근데 내 말 좀 들어봐...
"분식집 화장실에서 만났지?"
"아.. 그 분이셨구나! 어쩐지 낯이 익었네..하하;"
아까 점심때 화장실에서 본 그 존잘님이다.. 어떻게 또 이렇게 화장실에서 만나지.. 민망하게.
"여기는 공용 화장실 아닌데.. 오해하셨나 보네요. 조심하세요"
"아..저 그게 아니라..;"
"여자 화장실은 저기 오른쪽에 있어요. 저도 오해한 거 같은데 실례했습니다. 그럼.."
어색한 존댓말을 쓰며 내 옆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정말 사람 말을 안 듣네... 그리고 아까 뭐야! 내가 지 스토커인것 마냥 나를 이상하게 본 눈빛은! 내가 지를 쫓아왔나..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달려왔지.
다시 귀를 문에다 가져댔다. (그런 일이 있고도 난 이리 뻔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안은 조용했다. 노랫소리는 커녕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럼 설마 아까 그 남자애가 노래 부르고 있었던 거야?! 잘생긴데다가 노래까지 잘 부른다고?
"으윽.....배가..."
그렇지..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을 찾고 있었는데 왜 이런 식으로 일이 꼬였냐.. 난 배를 또 다시 움켜잡고 존잘 말대로 오른쪽으로 뛰어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동안 고생을 하였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난 개운한 기분으로 얼른 교실에 뛰어들어갔다. 쌤이 금방 갔다 오라고 했는데..;
문을 여니 선생님의 째림을 받고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았다. 옆에 있는 미연이는 자고 있었고.. 다행이다. 반 전체의 시선은 나에게로 안 왔으니 내가 큰일보고 온 것도 모를 테야.. 안도의 한숨을 쉬다 옆줄에 앉아있는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피식-"
저...저 애는 아까 그 존잘.... 아아악!!!!! 지금 설마 비웃은 게 내가 똥을 싸고 왔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 아니 근데 언제부터 우리 반이었지? 너무 쪽팔려서 고개를 휙 돌리고 칠판을 보는 척 하였다.
YOU ARE READING
고향
Fanfiction처음 보는 태형이 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듯이 느끼는 윤서. 태형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썸을 타는 다정한 정국과 소심한 효정, 하지만 이들도 구면이다. 윤서의 오빠 윤기만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알 수 없는 형태로 모양이 잡힌다.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