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진실이라는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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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정 시점)


아, 끝났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마자 다리가 풀려 주저 앉을뻔했지만 호석오빠가 나의 팔을 잡아 나를 지탱해주었다. 첫날부터 부쩍 잘해줘서 나도 낯을 안 가리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괜찮아?"

"아...네! 오빠 수고했어요!"


꾸벅.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했다. 배시시 웃음 소리가 들려와서 다시 고개를 드니 호석오빠가 잇몸을 다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너도. 다 네 덕이야"

"네? 무슨.."

"전에 있던 학교는 댄서라곤 나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학원에서 시간을 거의 보냈고. 너 만나서 반갑네"


여전히 웃음을 띠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당황해서 움찔했다. 눈치가 빠른지 바로 손을 뗀다.


"그리고 말 편하게 하래도"


저 말만 남겨두고 남학생들한테 불려 자리를 떴다. 나는 뻥 진 채로 내 머리를 만졌다.  아니 무슨 남자가 저렇게 과감해?! 윤서 말로는 남자들은 내 눈치를 본다고 항상 쑥스러워 해서 못 다가온다는데 저런 사람은 또 처음 보네... 요상한 마음을 가라앉고 강당의 뒤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없었다. 정국이도 없었다. 모두가 깜짝 놀란 김태형의 고백 후에도 어수선해진 학생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았다. 장기자랑에서 순서를 맡은 학생들은 특별히 담력테스트에서 면제시켜주셔서 천만 다행이었다. 수련회에 오면서 춤을 추는 것보단 그 망할 테스트가 날 긴장시켰으니.

나는 외롭게 혼자 먼저 방으로 향했다.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벌써 1시간이 지났고 담력도 끝났을 때였다. 나의 룸메이트들도 다 들어왔지만 미연이 얘는 아직도 보이지가 않네. 답답한 마음에 직접 나가서 찾아야 할 것 같아 가디건 하나 걸치고 밖으로 몰래 성큼 나갔다. 난 가방검사는 들어가기 전에 받았으니 괜찮을 거야. 근데 송효정 네가 이렇게 양아치 짓도 해보고... 많이 대담해졌는데? (혼자 들뜸) 그나저나 윤서는 지 방에 잘 들어갔으려나? 여 기숙사의 2층을 올려다봤다. 아직 불은 다 켜져 있었다. 김태형이 그랬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을 텐데 많이 놀랐겠다. 내일 기상하자마자 찾아가야지.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난 대담하게 숲 근처를 탐색하고 있었다. 이미 인기척도 없었지만 미연이는 왜인지 이 주변에서 몰래 술을 마시고 있을 것 같다 -_- 이 가시나 걸리기만 해봐.


"뭐? 네가 첫사랑도 있었냐?"

"웃지 마라. 지금 기분 좆같으니까."


이때 갑자기 남자들의 목소리가 주변에 들렸다. 난 두리번거리다가 근처에 담뱃불이 보여서 급하게 나무 뒤로 숨었다. 헐 쟤네 뭐야..


"아까 MC봤지? 걔야."

"... 니 게이었나"

"뒤진다 진짜. 여자애 말이야"


여자MC...? 우리 윤서 말하는 건가? 난 어느새 어설픈 자세로 그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근데 목소리들이 진짜 익숙한데.


"오 걔 알지. 나한테 놈놈 거리던 애, 네 스타일은 아니던데?"

"원래 안 그랬어. 근데 나 원래 그런 스타일 좋아해"

"뭐래 여우 같은 누나들만 꼬시면서"

"그건 걔네가 쉬우니까 그렇고"

"나쁜 놈이네 이거"

"걔네가 더 나빠. 어쨌든 걔 내가 부산에 있을 때 만났어. 중딩때"

"존나 어렸잖아 ㅋㅋ 다시 보니까 좋냐?"

"응. 근데 걔는 날 모른 척 하더라"

"왜?"

"걔한테 고백한 남자애 봤지?"

"응. 노래 잘하더라"

"걔랑도 친구였는데 내가 중간에 끼었어"

"뭔 소리야, 네가 끼었다고? 네가 사귄 거 아니야?"

"둘이 좋아하는데 내가 끼었어. 나랑 안 좋게 끝나고 지금까지 사귄 건지 얘네도 최근에 본 건진 모르지만 아무튼 정호석 니 만나기 전부터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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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Sep 04,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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