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설레는 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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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정 시점)

"몇 분이세요?"

"아 저 말고 두 명 더 올 거에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애슐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구나.. 나 홀로 들어선 이 뷔페에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많았으며, 커플들이 이곳 저곳 다 뜨거운 데이트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혼자 들어오는 게 참 부담스럽다.. 윤서랑 윤기오빠 빨리 오겠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왜 혼내는지도 안 물어보고 그냥 쌤통이다 하고 왔는데. 아까 일어난 일 때문인가?

난 웨이터가 안내해준 작은 테이블에 가서 앉아 혼자 생각했다. 윤서가 참 과격하기도 하지.. 내가 잘 거절하고 있었는데 왜 발끈해가지고..; 얘는 머리부터 좀 길러야 해.. 사람들이 남자라고 다 오해하니까 속상할 만도 하지. 머리말고도 행동도 좀 여성스럽게 못하나? 어렸을 때부터 되게 조신하던 얘가 남자 잘못 만나가지고.. 에휴.

"..님?"

근데 그 남자애 이름이 뭐였지? 김씨였나? 아닌데.. 박씨였던거 같은데..

"손님"

"아.. 네?"

"주문하시겠습니까?"

"좀만 더 기다릴게요.. 아직 누가 와서"

"네"

하도 생각을 뒤죽박죽 하니 날 부르는 소리도 안 들리네.. 이 둘은 어딨는거야. 배고픈데!! 전화를 하려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는데 그 사이에 작은 종이가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아.. 이건 그 안형찬이라는 선배 전화번호지. 중학교 졸업하고 춤은 이제 안 추기로 했다. 부모님께서 사실 공부는 대충하고 예체능만 집중적으로 해서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나도 정말 댄서가 될지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니니까.. 이 번호도 필요 없겠지? 조금 씁쓸한 생각에 잠겨 한참이나 그 종이를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저기..."

"주문 이따 할거라 했는데.."

"효정아"

왜 자꾸 주문을 받으려 하나 싶어 난 가방을 정리하는 중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작게 대답했지만, 웨이터가 내 이름을 알 일이 없어 옆을 보니.. 정국이가 해맑게 웃으며 서 있었다.

"...!!! 정...정국이 네가 왜..여..기.."

"아.. 놀랐지? 윤기형이랑 윤서는 안올거야"

태연하게, 지금 내 앞에 자연스럽게 앉아 얘기를 하는 정국이를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쳐다보았다. 무슨 상황이지? 민윤서랑 윤기오빠는 어디 있지..? 무슨 말이지? 내가 꿈꾸는 건가?

변함없는 내 표정에 정국이는 또 웃기 시작했다.

"서프라이즈? 하하. 시험 잘 봤어?"

"어..? 어...아..아니 그럴 리가. 넌?"

"난 뭐.. 노력은 했지만 결과는 기대안해서.."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나도 분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진정을 하고 상황을 정리해 봤다. 민윤서가 분명 이걸 세트 업 시킨 거야.. 그뇬은 맨날 무신경하다가 하필 이런 날에 밀어주냐고!! 시험준비 하느라 제대로 꾸미지도 못했는데..하..

"스테이크 먹고 싶다 했지? 우리 어서 주문하자"

"그래..!!"

다행히 내가 말이 없어도 알아서 주문해주고 이해해주는 정국이가 고맙기만 했다. 내가 너무 불편하게 굴면 안되겠지..

"친구들이랑은..? 약속 없었어?"

"오늘은 서로 서로가 할 일이 있어가지고.. 나도 너랑 얘기하고 싶었고"

"..무슨 얘기?"

"예전부터 이렇게 나와서 밥 먹고 싶었어. 너랑"

사실 정국이를 학교에서 관찰을 한바, 정말 무뚝뚝한 성격이라는 게 보였다. 나한테 다정다감하고 잘해주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도 왜인지는 몰랐다. 윤서는 내가 얘를 좋아하는 티가 많이 난다는데.. 정국이는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들, 팬들은 다 피해 다니던데. 아직 눈치를 못챈것 뿐일까? 알게 되면 나도 똑같이 대하는 게 아닐까..?

"아까부터 들고 있던 그 종이는 뭐야?"

"..아 이거? 너네랑 아까 헤어지고 나서 윤기오빠 기다리는데.. 그 댄스 부 멤버들이 와서 섭외? 같은 거 했거든.."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