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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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벌써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는 악몽도 안 꾸고 태연한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숨을 쉬고, 곧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가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장 행복했던 시절..

현재 5시20분, 나와 효정이는 가게를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러고 보니 왜지.

"야...송효정"

"아 왜"

"아..왜? 와 뻔뻔하네 니. 다짜고짜 사람 끌고 이래도 돼? 지금 뭐하고 있는지 말도 안 해주고?"

그제서야 '내 정신 좀 봐' 라며 나에게 빙구 웃음을 보여줬다. 어휴...등신.

"내일 모레 정국이 생일이라지 뭐야.. 미연이가 못 와서 널 대신 데리고 왔어"

정국이.. 정국이라면 설마 전정국을 말하는 건가.. 김태형 친구.

"니네 둘이 언제부터 친했는데"

"친하다니!! 그냥.. 뭐 알아가는 중이지..ㅎㅎ"

효정이는 얼굴이 붉어지며 헤벌레 웃었다. 많이 좋아하는구나..

"근데 내가 왜 도와줘야 하는데"

갑자기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효정이를 차갑게 응시했다.

"아니..난 그냥.. 네가 내 친구니까 도와줄 거 같아서.."

"내가 뻔히 남자들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그러냐?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효정이는 멍해 있었다. 하지만 미안한 표정이 아니라, 더 이상은 못참겠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효정이를 보고 화를 참았다.

"한마디만 한다. 네 같은 여자애들 쫙 널렸고, 걔 생일 때 오버하면서, 친하지도 않으면서 선물 비싼 거든 뭐든 잔뜩 준비할게 뻔해. 너도 설마 그럴 거냐?"

찔리는 표정을 짓는 효정이를 보고 난 한숨을 깊게 쉬었다. 화내지 말자 윤서야. 넌 화낼 이유가 없으니까..

"넌 그냥 간단하게만 준비해. 옷 드럽게 못입든데 티 하나 사주든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라. 너 알아서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나 먼저 갈게."

뒤돌아서 집을 향하기 시작했다. 효정이의 마지막 말에 피식 웃으며..

"맞는 말만 하니까 때릴 수도 없네. 얄미운 년."

버스에 내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나섰다. 지금 집에 가고 싶지는 않다. 엄마가 오늘 출장 갔다 와서 오셨을 텐데.. 더욱 더 가기 싫네.

이렇게 혼자서 아무것도 안할때 딱 누가 그리워지는데.. 요새는 달랐다. 원래는 박지민을 생각하면서 더 서러울 텐데... 생각이 변했다.

"김태형... 보고 싶네."

나는 나의 혼잣말에 크게 웃었다. 미쳤지. 돌았지.. 나 방금 뭐라 했니? 지나가는 어린아이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갔다. 그래... 적어도 이 상황에 클리셰하게 개는 아니니까 됐지 뭐. 전에 술 떡이 돼서 김태형이 날 업고 여기 왔었는데.. 그게 어제의 일 같기만 하다. 2주 동안 걔를 개 무시했다. 내 짝꿍이어도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았고, 문자랑 전화가 와도 당연하듯 씹었다.

이유는 뭐... 미워서가 아니고.. 그 반대여 서다. 걔가 자꾸 신경 쓰이는게 짜증이 났다.

"남자라면 진짜 극혐인데.. 김태형, 너 남자 맞냐"

몇 주전에 다같이 윤기오빠 농구 시합을 보러 갔을 때, 김태형은 자꾸 오겠다고 졸랐는데, 나는 왜 못이기는 척 오게 해줬을까.. 같이 나의 오빠를 열심히 응원해준 덕분에 우리 둘 다 다른 애들한테 욕만 먹었지만.. 나는 왜 기분이 좋았을 라나.

또, 제일 이상했던 거는, 김태형이 윤기오빠한테 엉뚱하게 사과했을 때 나는 왜 걔를 치려다 멈췄을까? 몸이 거부를 했어.. 김태형한테 손찌검 하지 말라는 듯이.

"에라이! 나 혼자 생각만 하다 뒤지겠네!"

"그보다 나한테 먼저 뒤질걸"

김태형은 제 말하면 오는 놈이었나 보다. 낮은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와, 나는 뒤를 돌아보니, 김태형은 시크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짜식, 무섭긴...

"깜짝아. 김태형, 너 내 스토커냐"

"네가 나 안달 나게 한 몫이지. 왜 자꾸 나 피해 다녀"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