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시점)
"아악!"
"옴마! 야! 니 때문에 더 놀랐잖아!"
하필 시퍼렇게 똑같은 거 달린 머스마랑 짝이 되어선 담력테스트를 끝나고 나서야 까지 지가 밟은 나뭇잎에 놀라 악을 지른다. 별로 무섭지도 않고만.
"미...미안하다"
"됐다. 이제 가라."
"근데 태형아 너 아까 멋있더라..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고."
애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고개를 숙인 채 나에게 칭찬을 건네는 모습이 싫지는 않아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남자끼리 뭐라는 거야. 너도 누구한테 마음 있으면 딱 고백해"
"원래부터 그렇게 용감스러워? 비결이 뭐야?"
피식. 나도 모르게 미소를 잃었다.
"사람이 어떻게 처음부터 용기 낼 수 있냐? 나도 없던 거 키우느라 애썼다."
이름 모를 김씨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봤다. 나는 그 애의 어깨를 장난스레 치고 이제 그만 가라고 보냈다.
"아 맞나 네 이름이 뭐라고?"
"기..김도현"
"그래 도현아. 더듬지마 사내자식이 당당해야지 어?"
제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표정이 밝아지는 도현이. 왠지 예전에 나 같다. 어렸을 때 나도 저렇게 찌질하고 말 더듬고 주눅들어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는 정국이 말고는 친구가 없었지. 아니야, 있었어. 단지 방금처럼 짧은 대화나 나누는 정도? 내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도 없었는데 내가 일부로 그렇게 되라고 내버린 것도 있겠지. 다 그 좋지 않는 기억 때문일 거야.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써봐도 기억날 때가 있다. 중학교 때 처음 내게 말을 걸어준 여자 아이.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아. 그때는 잊고 싶어도 안 지워졌는데 세월이 내 기억을 가져갔다. 하지만 요맘때 자꾸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생각에 빠질 때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당에도 학생이 점차 줄고 있었다. 아차, 곧 학주가 돌아가면서 방 검사, 가방 검사할 텐데. 얼른 들어가야겠단 생각으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저 멀리 지민이가 여자 기숙사건물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
"여! 박지민!"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굳어있었다. 나를 보자 금세 풀렸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어 태형아. 어땠어?"
"말도 마라 마, 내 짝꿍이 다 했다. 여자랑 있는 줄 ㅋ"
"그래? 그 정도야?"
"쟤 비명소리가 날 훈련했어."
내 말에 깔깔 웃는 지민이. 성격 참 좋다.
"아 맞다, 윤서는?"
나의 질문에 갑자기 웃음을 멈춘다. 무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며 내게 대답을 했다.
"몸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더라. 지금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이야."
"뭐? 담력이 약한가 걔가? 가봐야겠네."
아까 무리해서 그런가? 윤서가 MC같은 거 할 애도 아닌데 억지로 하긴 했으니. 난 여자 기숙사로 향하려고 발을 움직였는데 그런 날 붙잡는 지민이의 강한 손길이었다.
"김태형."
"....어?"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갑자기 바뀐 지민이의 태도에 나는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말이지..
"무슨 말?"
"......"
"아, 설마 아까 나 혼자 세레나데 준비한 거? 야 그건 아무도 몰랐어~ 갑자기 없어져서 놀랐냐?"
"......하"
"괜찮아 마, 나 혼자 멋있었다고 이러는-"
"너네 진짜 왜 그래? 나만 무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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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Fanfiction처음 보는 태형이 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듯이 느끼는 윤서. 태형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썸을 타는 다정한 정국과 소심한 효정, 하지만 이들도 구면이다. 윤서의 오빠 윤기만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알 수 없는 형태로 모양이 잡힌다.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