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멀지않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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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가 되어줘."

김태형의 말에 난 한동안 얼어있었다. 아니, 불이 꺼져서 지금까지 얼어있었지만 이게 지금 뭔 난리가 싶다. 170명이 보고 있는 가운데, 태형이가 지금 나에게 반지를 건네며 고백을 했다. 노래부터가 날 설레게 했지만 정말 내가 아는 김태형인가 싶었고, 이게 고백으로 전환될지는 몰랐다고.. 나는 한참을 뜸들이다 천천히 반지를 잡았다. 은색 장미 반지.. 이건 내 로망인데. 얘는 그걸 알고 이걸 주는 건가? 만약에 그렇다면 어떻게 안거지? 건네 받기는 했지만... 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또 멍해있었지만, 이 모든 정적을 깬 건 다름아닌 김남준이었다.

"하하하 모두들 당황하게 만든 주인공 김태형군! 그래도 MC들한테는 보고해줬어야죠~ 지연이 더 이상 없도록 여기서 장기자랑을 마치겠습니다. 결과는 내일 아침 나온다고 합니다! 이상 MC 김남준과"

"...MC 민윤서였습니다."

"고백 받아주는 거에요?"

"뭐야!! 대답은??"

사람들이 웅성 됐지만, 나는 남준이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서 내려왔다. 뒤를 돌아 태형이를 봤을 때는 그도 당황했는지, 반대쪽 계단으로 내려왔다. 나를 쳐다보더니 조금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나는 김태형에게 가려고 움직였지만, 뒤에서 남준이가 나를 잡았다.

"뭐야..."

"받아줄거야?"

"뭐?"

"김태형 받아줄 거냐고"

겉모습도 오늘은 달라서인지, 지금 김남준의 진지한 모습에 당황해서 눈을 돌렸다.

"네가 뭔 상관이야..."

"좋아하니까"

뜬금없는 발언에 다시 김남준의 눈을 주시했다. 지금 이놈이 뭐라는 거야?

"넌 또 뭔-"

"예전부터 너 좋아했어. 중딩 때부터"

"...지금 나한테 고백하는 거야?"

"아니. 그냥 알아두라고. 나도 너 좋아하는 거"

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계속 쳐다보았다. 아직도 웃음기라고 찾아볼 수 없는 표정에 나도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걱정 마. 나도 너랑 친구이고 싶어. 그래서 네가 누구랑 사귀는 거에 관심 있는 거고."

"나 지금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너도 김태형 좋아하지?"

"....잘 모르겠어."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사귀어 그냥."

"...?"

"근데 다치지만 마, 알았어?"

"야..."

"다치면 내가 진짜... 저 새끼 가만 안 두고 너 데려온다."

이제야 씨익 웃더니 내 팔을 놓아주었다. 처음 보는 남준이의 모습에 난 얼얼했다. 지금 순식간에 많은 것들이 지나갔는데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하지... 계속 당황하는 중에 이내 들리는 총 관리자님의 목소리에 정신 차렸다.

"자! 돌발상황이 일어났지만 모두 침착하고 내 얘기 듣도록! 이 녀석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뭘 꾸미고 없는 순서까지 만들어? 그걸 아무도 안 말렸다 이거지... 원래 계획으로는 내일 해야 할 거였지만 지금으로 앞당겨졌다. 모두들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반과 줄 서! 지금부터 담력테스트 한다. 실시!"

뭐?! 담력테스트?! 학생들 전체가 짜증석인 표정을 지었지만 그 누구도 거역하지 못했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껴서 떠밀려 나오니 이미 1반은 줄을 바짝 서고 있었다.

"야 민윤서! 그래서 김태형 받아주는 거야 뭐야?"

"솔직히 너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받아줘야지"

반 친구들의 째림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지만 난 그것을 무시하고 맨 뒤에 줄을 섰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쳐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거 신어."

태형이었다. 나에게는 조금 커 보이는 파란색 슬리퍼를 땅에 두고 내 힐을 벗겨 주었다.

"야 내가 신을 수 있어!"

"가만히 있어봐"

끝까지 내 발을 잡더니, 나도 포기하고 그에게 맡겼다. 내 힐을 그 슬리퍼가 원래 들어있었던 봉지에 넣더니 일어서서 나를 마주보고 웃었다.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