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시점)
수요일 새벽, 정확히 5시 25분에 민윤기는 일어났다. 할 일이 없으면 절대로 잘 일어나지 않는 성격이지만, 오늘 수련회를 가는 윤서를 위하여 아침을 싸주고 싶었던 심정이다. 대충 씻고 부엌으로 가니 어머니가 청소를 하고 계셨다.
"아들, 일찍 일어났네?"
"어.. 더 자지 왜 지금 청소해."
"너야말로 뭐하니 이 이른 시간에?"
"윤서 아침 싸줄까 하고."
"왜 싸주는데? 오늘 무슨 날이니?"
민윤기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럼 그렇지, 딸이 2박3일로 학교 때문에 외박 하는지도 모르다니. 바쁜 일정이어도 알 터인데, 딱 보아하니 민윤서가 말을 안 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저 옅은 미소를 짓고 윤기는 말을 이어갔다.
"수련회 가잖아. 6시 반에 깨워야 돼."
"그 기집애가 일어날까? 그보다 왜 말을 안 해줬대... 하, 참."
서운한지, 어머니는 인상을 쓰고 지갑을 꺼냈다. 민윤기에게 만원짜리를 여러 장 건네고 가라 손짓했다.
"너랑 윤서 용돈이다."
"엊그제 이미 줬잖아."
"엄마가 또 며칠 나갈 거 같은데, 너만 남아있으니 몸 관리 잘하고. 가서 더 자. 엄마가 윤서 도시락 싸줄 테니까."
"그러면 걔가..."
안 먹겠다고 할까 봐서. 차마 끝까지 말을 하지 않고 윤기는 입을 닫았다. 하지만 어머니도 눈치 채셨는지 한숨만 푹- 씁쓸하게 내쉬었다.
"그냥 내가 밖에서 뭐 사와야겠다, 김밥이라도. 나도 요리 못하니까."
"그래... 그래라. 기특하네 아들. 엄마 없어도 동생 잘 챙겨주고."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는 어머니께 고개 숙이고 민윤기는 밖으로 향했다. 해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진한 파랑 색의 하늘 아래 윤기는 다급하게 근처 김밥천국으로 향했다. 윤서가 좋아하는 치즈김밥을 두 줄을 시켜, 아니 세 줄로 바꿔서 주문했다. 효정이랑 같이 나눠먹겠지? 피식 웃으며 계산을 하고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포카리스웻 두 병을 샀다. '금마도 나랑 닮았으니 이걸 자주 마시지.' 는 어디까지나 민윤기의 생각이었다. 사실 민윤서는 탄산음료를 더 선호하지만.
집에 도착해보니 벌써 6시 10분이 되어가고 있어서 자신부터 옷을 차려 입고 민윤서를 깨웠다. 5분 정도 걸렸을까, 비몽사몽 일어나 화장실로 떠밀려 들어간 민윤서를 보고서야 민윤기도 안심했다. 여유 있게 갈 수 있겠네. 윤서의 방을 들어가보니 다행 이도 전날 밤 가방을 챙겨 필요한 것들을 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역시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만 여러 개였다. 민윤기는 추울 수도 있단 생각에 자신의 베이지 가디건을 접어 넣어주고, 옷장 맨 아래에 뭉개져 있던 윤서의 예쁜 티셔츠와 너무 짧지 않은 반바지도 넣어주었다. 혹시 몰라 원피스 한 벌도. 이제야 좀 안정적이네.
민윤서도 어느새 샤워를 다 마치고 옷도 차려 입고 갈 준비를 마쳤다. 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윤기가 와서 윤서의 손에 있던 가방을 들어주고 문을 열어 끌고 나왔다. 도시락과 용돈을 그녀의 손에 집어주고선.
"오올 이게 뭐야?"
"엄마가 준 용돈이랑 네 아침."
"엄마 들어왔었어? 언제?"
"어젯밤에 임마. 웬일로 네가 일찍 잤을 때."
"아하 난 몰랐지~ 이것도 엄마가 싼 거야?"
"응. 버스 안에서 체하지 않게 잘 먹어. 이것도 마시고."
"포카리.. 이건 오빠가 사준 거니까 군말 없이 잘 먹을게. 드무니까! 하하"
윤서가 호탕하게 말하며 음료 병을 볼에 가져다 댔다. 그런 모습에 윤기도 살짝 웃고. 어느새 윤기는 윤서가 타야 할 버스, 학교의 정문 앞에 도착해 바래다 주었다. 시간은 정확히 6시45분이었고, 15분 일찍 도착한 윤서는 윤기를 꼬옥 안아주고는 말했다.
"흐어어 보고 싶을 거야 내 사랑"
"떨어져라"
"핸드폰 압수 안 당하면 연락할게"
"하지마"
"싸랑해 >_<"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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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Fanfiction처음 보는 태형이 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듯이 느끼는 윤서. 태형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썸을 타는 다정한 정국과 소심한 효정, 하지만 이들도 구면이다. 윤서의 오빠 윤기만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알 수 없는 형태로 모양이 잡힌다.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