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와 불러"
"니 은제부터 사투리 썼냐?"
"지는 사투리 쓴적 없슴다"
"완전 웃겨 ㅋㅋㅋ 부산 꺼나 써라"
"아무튼! 뭐 나 빨리 가야 돼"
"오늘 마지막 시험 잘 보고~ 끝나고 오빠가 밥 사줄게. 효정이 델꾸와"
"진짜? 피-"
"피자 말고. 효정이가 먹고 싶은 거 사줄 거야."
"... 왜! 그 가스나 급 내 비싼 거 시켜 먹음은 우짤라고!"
"피자 지겹도록 먹었으니...ㅋ "
"헐... 피느님을 지겨워 하다니! 감히.. 쳇"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민윤기는 또 다시 입을 열었다.
"김태형, 걔도 데리고 오고 싶음 데리고 오고"
"....됐거든"
"ㅋㅋ 이따 봐 마"
내 머리를 쓰다고 위로 향하는 오빠를 보고 나도 웃었다. 이 사투리도 김태형 때문이야... 왜 물들여졌지? 하긴.. 요 며칠간 야자도 같이하고 집에도 자꾸 데려다 주고 놀다 보니 같이 있는 시간 때문인가?
드디어 마지막 날. 이번엔 영어랑 사회..영어가 조금 걱정이긴 한데 김남준이 가르쳐 준 대로만 기억하자. 걔도 태형이랑 같이 공부를 해서 친해진 거 같아. 내가 그 싹 바가지랑 친해질 날도 오다니... 그래도 서로한테 도움을 줬더니 뭔가가 좀 더 인간처럼 보였달까? 공부만 하는 놈 인줄 알았더니... 사교성도 있고. 김태형이랑은 잘 못 지내는 거 같지만;
"윤서야아♥"
"여 민윤서~"
교실문을 열고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멀리서 쪼르르 달려오며 애교하는 김태형과, 긴 기럭지로 폼 나게 걸어오는 김남준이었다. 동시에 날 부르더니 서로를 째려보며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한다.
"아 니 뭔데 자꾸 윤서랑 친한 척인데!"
"야 촌놈. 내가 너보다 쟤를 더 오래 알았거든"
"촌놈이라 부르지 마라 마! 궁디를 주 차뿌기전에"
"으휴 촌놈"
"이 자식이!"
김씨 놈들은 어느새 내 앞에 와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사실은 우리 반 애들은 시험 첫날부터 이랬던 두 명에게 속으로 욕하는 게 보였지만 이제는 익숙한지 나만큼이나 둘을 무시하고 있었다. 자리도 이름순으로 배정돼있어서 맨날 둘이 앞에서 뒤쪽으로 뛰어온다, 마치 달리기 시합처럼. 참 유치하지만 웃기기도 하다.
"니네 공부는 다했냐?"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우리 했잖아 같이! 어젯밤 늦게까지 통화하면서~♥"
김태형의 이상한 발언에 김남준이 째려보았다. 나는 한숨 쉬고 고개를 절래 흔들며 둘을 발로 차며 자리에 보냈다. 안 가면 진짜 쌩 까버린다고 협박하면서.
"힝... 민윤서 밉다. 시험 잘 보고 이따 끝나고 나랑 데뚜하자!"
"잘 봐라! 나보다는 못보고. 그래야 밥 쏘지"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둘은 동시에 말을 꺼내고 동시에 윙크를 날렸다. 나는 썩창을 짓고 고개를 숙였다. 미친놈들... 서로가 알았는지 또 싸우려다 선생님이 들어와 드디어 잠잠해졌다. 나와 같이 내 주변 애들도 한숨을 쉬었다.
"인기 많다 윤서야.."
"인기는 무슨.. 고문인 거 같은데"
"부럽다 저런 멀쩡한 남자 둘이나 따라다니고!"
"너는 저런 애들이 멀쩡해 보이니? 고생한다 민윤서"
내게 위로와 부러움 썩인 눈빛들을 보낸 뒤 시험지를 받고 열심히 답을 적어가고 있었다. 하하..; 그래 이건 부러울 건가 수고할건가.. 얘네는 멀쩡한 건가 병신들인가... 어쨌든 저쨌든 요새 내 생활이 시끌시끌하네.. 오랜만에. 나는 씁쓸하면서도 기쁜 미소를 짓다가 이내 시험시간이 시작된걸 알아차리고 문제에 답하기 시작했다.
2번.. 다음은... 5번. 아.. 이건.. 뭐지. 기억 날랑 말랑..
'내가 만약 네 필통을 빌리고 싶어, 근데 넌 그래 주기 싫어, 그럼 뭐라고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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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Fanfiction처음 보는 태형이 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듯이 느끼는 윤서. 태형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썸을 타는 다정한 정국과 소심한 효정, 하지만 이들도 구면이다. 윤서의 오빠 윤기만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알 수 없는 형태로 모양이 잡힌다.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