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추억 하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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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시점)

토요일 아침, 송효정은 민윤서의 집을 찾아 나섰다. 예쁘게 꾸민 차림을 보아하니, 오늘은 꽤 특별한 날인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원래 저리 꾸미는 여인이었으니.. 정확히 9시 13분에 송효정은 민윤서에게 전화를 21번 한 상태여서, 아직까지 자신의 단짝친구는 자고 있는 것을 알고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다. 물론 10년 지기니 서로간의 정보는 다 꿰뚫은 상태인지라.

"민윤-!!...서.."

남매는 남매인가 보구나. 힘껏 소리를 질러 민윤서를 깨우려고 했지만, 침대 밑에 앉아있는 상태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자고 있는 민윤기를 보고 송효정은 당황했다. 민윤기도 10년 동안 알아, 자고 있는데 건드리면 제일 화나는 스타일이란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멀뚱 멀뚱 서있고 어떻게 할지 모르던 송효정은 민윤기의 목소리에 놀라 뒷걸음칠 하였다.

"아 윤기오빠.. 일어나셨어요?"

"어, 효정이 왔냐."

"설마 저 때문에 깨신 건지.."

"아니야. 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

거짓말 하지 마세요. 송효정은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꾹 참고 애써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한 마음에..

"근데 왜 바닥에서 잤어요? 그것도 앉아있는 상태로..."

"윤서가 요새 악몽 꾸는 거 같아서."

"....또?"

끄덕이는 민윤기를 보고 송효정은 갑자기 싸늘한 느낌을 받았다. 서글픈 미소를 머금고 송효정을 한번 토닥하고 나가는 민윤기였다. 몸이 정말 뻐근했지만, 자신의 동생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민윤서의 오빠였다.

"윤서 잘 챙겨줘라"

송효정은 몹시 불안했지만, 이 불안이 실제로 일어나질 않길 바라며 민윤서를 아무런 일이 없었듯이 깨우기 시작했다.

"야 이 원수 같은 년아! 안 일어나냐!"

쿵쾅대며 민윤서의 방에 비명소리에 민윤기는 씩 웃었다. 꼬맹이였을 때 부터 봐온 송효정이 커가면서 많이 변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괴팍한 성격이란 것은 민윤기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제는 뭐 숙녀지만.

오늘 4시부터 6시까지 농구 시합이 긴장되지도 않은지,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채널을 이리 저리 바꾸다, 음악방송이 나와 멈췄다. 웬 남자 아이돌 엑소라 불리는 그룹이 한껏 랩과 노래를 하며 함성소리를 이끌고 있었다. 민윤기는 무표정으로 한참 시청하다, 어느새 농구 방송으로 채널을 바꿨다.

"으읏아... 어?! 우리 마눌 효정이네~"

"우리 마눌 효정이네~? 너 이 가시나 왜 어제 문자도 전화도 다 씹고 사람 걱정 끼쳤냐!"

아직 술김이 조금 남아있었던 민윤서였지만, 송효정에게 들키면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아~ 어제 너무 피곤해서 일찍 와서 잤지 뭐야! 피아노 치고 있어서 울 마눌한테 말 안하고 와버렸네...헤-"

"변명 집어치우고 빨리 준비해! 오늘 미연이랑 혁 오빠랑 약속 있잖아!"

김미연이라는 이름에 민윤서는 인상을 지었다. '그년 죽이러 가야겠네' 라는 생각과 함께 민윤서는 5분만에 씻고 검정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을 걸쳐 입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야... 민윤서. 너 설마 그렇게 입고 나갈 거냐..?"

"어? 아 존나 예쁘지? 내가 이번에 윤기오빠한테 졸라서 사달라 한 신상품이다! 쎄끈하지 않냐?"

진심으로 자신의 복장에 감탄하는 민윤서에게 송효정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올~ 역시 내 동생. 잘 어울린다!"

"고마오 윤기오빠!"

그 동생에 그 오빠였다. 포기한 송효정은 한숨을 쉬며 민윤서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이따 봐 오빠!"

심지어 검정색 슬리퍼를 신은 민윤서였다. 시내에 나서자 사람들의 집중을 한번에 받고 있는 두 친구였다. 남자들은 황홀한 눈빛으로 송효정을 훑어봤고, 여자들은 설레는 눈빛 가득하게 민윤서를 쳐다보았다. 이것을 안 민윤서는 송효정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