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장기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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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민윤서! 한참 찾았네... 너 이따 장기자랑 때 아무것도 안 하지?"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1시간 후에 있을 장기자랑을 위한 마지막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 김미연, 송효정, 전정국, 그리고 김태형도 자신의 순서들을 점검하러 가서 초라한 민윤서는 홀로 남겨졌다. 혼자 식당 아주머니와 친해져서 얻은 파인애플 맛 쮸쮸바를 물고 있던 민윤서는 김남준의 등장으로 덜 심심해졌다.

"엉. 왜?"

"나랑 같이 사회자 맡자"

"그게 뭔데"

"몰라? MC말이야. 이따 장기자랑 할 때"

"아니 내가 그게 뭔지를 모를까, 왜 나냐고요"

"너 말곤 다 바빠 임마!"

"아니거든! 야 박-"

순간 윤서의 머릿속엔 박지민이 스쳐갔다. 그 전학생도 안 바쁜데 뭘. 하지만 이내 말을 삼켰다. 장기자랑 때 무대에 계속 올라가서 그 사람을 본다면 민윤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테고,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까짓 거.

"네가 싫다 해도 안돼. 다른 사람들도 다 너 뽑았어"

"네가 그렇게 하라 시켰지? 엉?!"

"어쨌든 너도 동의한 거다? 빨리 와! 준비하게"

"내가 언제! 야! 안 놔?"

민윤서는 김남준의 팔에 잡혀 장기자랑이 열릴 강당으로 끌려갔다. 모두가 바삐 할 일을 준비하니 벌써 6시가 다되었다. 모든 학생들은 집합을 하였고, 총 관리자가 말을 하였다.

"자, 모두들 이 시간을 가장 기대했을 것이니 재미있게 놀도록 하여라. 하지만 분명히 말한다. 이 뒤에 있을 훈련은 각자 잘해내도록! 자신의 몸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알았나?"

"네!"

"그래. 사회자들은 시작해"

군기를 잡으려 무겁게 말을 하는 관리자였지만, 이미 들뜬 학생들을 더 환호하게 만든 것은 김남준과 민윤서의 등장이었다. 사실 둘은 전교1등, 2등을 하여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범생이 커플'이라 불렸다. 물론 민윤서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만 그리 알고 있었다. 말끔히 남색 명품 넥타이에 검정정장을 차려 입고 머리를 넘긴 김남준은 새로운 모습에 여학생들이 놀랐고, 아주 오랜만에 고데기로 머리를 단발로 꾸미고 남색 리본 핀을 머리에 꽂아 남준의 의상과 어울리게 단정한 검정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화장도 2반 반장에게 억지로 하여 다른 학생들은 몰라보았다. 그럼 이 옷은 누구 것이더냐, 바로 민윤서 본인 것이었다. 이제서야 가방을 열어 본 윤서는 어쩔 수 없이 강요를 당해 입었고, 도대체 누가 넣었는지 이를 갈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김남준과"

"..."

"(윤서의 팔을 치며)"

"민윤서라고 합니다."

"오늘 진행될 장기자랑을 맡은 두 MC로 써 모두가 재미난 경험을 안고 갈 수 있게"

"잘 할게. 아니, 잘 하겠습니다."

민윤서는 김남준에게 미소 가득한 협박을 받으며 진행을 하였다. 이를 보는 그녀의 친구들은 관객에 한 무리로 한참이나 깔깔 웃고 있었다. 뭐, 김미연은 말이다. 송효정과 전정국은 똑같이 입이 떡 벌어져 '저게 내 10년 지기 친구라고?' 와 '저게 네 10년 지기 친구라고?' 라며 번갈아 묻고 있었고, 김태형 홀로 여러 감정들이 오가고 있었다. 설렘, 놀라움, 질투, 혼란, 그리고 익숙함. 그 옆에 같이 합세한 박지민도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회를 심판해줄 저희 네 명의 담임 선생님들과 이 곳의 총 관리자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우선 첫 번째 순서가 누군지 말해주시겠어요, 윤서양?"

"어우 야 오글 돋으니까 존댓 쓰지마!"

"아니 첫 번째 순서가 누.구.냐.니.깐? 요?^^"

두 MC들로 인해 관객은 웃겨서 집중 하였다.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그녀를 보고 피식 하며 웃는 김태형. 못말려.

"아..예! 첫 번째 순서는 당연히 화끈하고 빵빵한 4반 여자들의 기선제압이죠?"

"저..저기 윤서양? 조금 단정한 단어들을 골라 써주세요"

"네네 그러든 말든! 아 여러분도 알다시피 DANCE BATTLE이 펼쳐질 거에요. 준비 되셨나요?"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