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시 만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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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헉.. 헉헉...

"민윤서!!"

헉.. 하하.. 겁나 힘드네 씨..

"쟤는 달리기도 빠르냐 아효...!!"

무사히 김남준을 따돌리고 미친 듯이 뛰었다. 오랜만에 땡땡이를 치는 기분이 뭔가 낯설었지만, 지금은 교실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박지민을 보고 싶지 않고, 다른 이들도 보기 싫었다. 효정이 너까지 날 안 믿어주네.. 나는 뒤를 돌아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축구장 벤치에 혼자 앉아 한숨을 쉬었다. 과거를 회상하다 기억났다.

'윤서야.. 제발 정신차려. 힘들지? 내 말 좀 들어주면 안돼?'

'술 마시지 말라니까! 어머니가 빨리 들어 오시래! 어?'

혼자 웃기 시작했다. 송효정이 속 많이 썩혔네, 내가. 그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제일 힘들었던 건 아무도 기댈 사람이 없어서였다고 생각했는데... 지민이랑 헤어졌었고.. 딱히, 내게는 다른 친구가 없었지..? 박지민이 내 뒤에서 나를 왕따 시켰으니. 지독한 놈. 그래도 고작 중학교 때 그런 이유로 내가 이렇게 까지 걔를 못 잊고 힘들어 한 건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배신감을 느꼈지? 나도 효정이의 질문에 답을 못하겠다, 박지민이 뭐라고 이렇게 내가 반응을 하지?

그 날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지민이가 병실에 들어와 죽어가는 날 따뜻하게 안아줬을 때 난 붙잡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난 지금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위로 해달라고. 아무리 네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더라고, 내 곁에 있어달라고. 하지만 그도 떠났지. 그랬으면 처음부터 안 왔으면 됐잖아! 아니.. 우리가 그렇게 싸웠었는데 병원까지 찾아와 나를 위로해줘서 감동 받았는데, 얼굴 하나 비추기 어려웠나? 더 있어줄 수 없었다면 아예 오지를 말지...

그때의 감정들이 다시 복받쳐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기 시작했다. 분해... 네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 너무 화가나. 사람 인연 참 끈질기네..

"왜 울어"

난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예상 밖에 윤기오빠가 내 눈앞에 있었다. 걱정스럽지만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오빠.."

"왜 우냐고"

"누가 운다고 그러냐, 참나."

윤기오빠가 알면 안 된다. 박지민이 내 반에 전학 온 사실을 알게 되면...어후 상상도 말자.

"거짓말 할래?"

"아니, 전교 1등 또 놓쳐서 그런다! 왜!"

"내 동생이 공부 때문에 운다고...? 얼마만이냐, 그게."

킥킥 웃어대는 오빠를 보고 안심했다. 그렇지, 내가 공부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 접은 건 중학교 때였으니.. 그래도 이걸 믿네.

"그러는 오빠는 여기서 뭐하냐... 설마, 축구 해?!"

"미쳤냐? 농구공이 날라와서 찾으러 온 거."

난 멀찌감치 떨어진 농구장을 보고 오빠를 째려봤다.

"공이 저렇게 멀리 날아왔다고?"

"응. 3점 베이스 위주로 연습하다 힘 조절 실패"

"와, 그걸 믿으라고 지금..."

"난 너처럼 뻥 안치는데"

민윤기가 내 눈을 매섭게 마주봤다. 뭐..뭐지. 들켰나?

"얘기하고 싶을 때 말해. 강요 안 할 테니까."

"지..지금 나 떠보는 거지? 엉?"

"얼른 수업 들어가라, 마. 확! 빠져가지곤."

"아아 싫어!! 밀지마! 우악!"

고집을 피우며 제자리에서 안 일어나려고 다짐한 나를 번쩍 업히고 학교로 질주하는 오빠 등을 갈구고 있을 뿐, 어떤 저항도 못했다. 내가 힘이 세지만, 선수를 다치게 할 순 없잖아? (패드립)

"야! 민윤서 거기 있었냐?"

하필이면 정문 앞에 김남준도 아직까지 날 찾고 있었던 것이다. 저 끈질긴 놈..

"어, 네 이름이 뭐였지?"

"김남준입니다 윤기형!"

"아하 맞다. 윤서 라이벌."

"쟤가 뭔 내 라이벌이야!! 웃길래?!!"

"얌마 시끄러! 목소리만 커가지고. 김남준 얘 좀 얼른 끌고가"

고향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